'충격과 공포(shock and awe)', 원래 기습작전을 가리키는 군사용어다. 슬라보예 지젝
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운영 원리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한 바 있다. 주제들
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도록 만드는
시스템, 여기서 두려움의 핵심은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예감이다. 양성 중에 있는
노동력의 소유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노동력이 제대로 판매될 수 있을지(혹은 이른바
인적자본에 투자한 만큼 적정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지) 불안하고, 노동력을 판매
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그 판매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안하며, 다시 은퇴 이후의 삶은
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. 가진 자는 가진 것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불안해하
고, 못 가진 자는 못 가진 것을 얻고 싶어 안달한다. 경쟁해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
신분석학에서 말하는 '강박'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. 구성원들이 적정한 수
준의 강박을 갖고 경쟁에 몰두할 때 그 집단의 생산성, 효율성, 경쟁력(혹은 그 무엇
이라 부르건)은 극대화된다는 것이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. 반대로 독
점이 나쁜 까닭은 경쟁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.
이렇게 경쟁력, 나아가 어느 정도의 강박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, 그
미묘한 줄타기 속에서 우리의 삶은 흘러간다. pp.122-123
'아메리칸 드림'이 상징하는 능력주의, 즉 능력에 바탕을 둔 공정한 경쟁이라는 믿음
은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. 일정 부분 신화였고 이데올로기였
지만, 일정 부분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기도 했다. 이와 같은 믿음이 흔들릴 때, 그리
고 완전히 무너질 때,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는 '선진' 사회가 될 수 있다. 다른 이들
의 성공이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고 이미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는 성공을 얻기 위한 '
능력'조차 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, 오히려 사회는 '체념의 균형'에 도달할 수
도 있기 때문이다. pp.275-276
데이비드 하비의 도시권에 대한 정의: "일상생활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들의
권리". 도시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노동에 종사한 모든 사람은 자신이 생산한 것에
대한 집단적 권리는 물론 어떤 유형의 도시 공간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어야 하는지
를 결정할 집단적 권리까지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.(데이비드 하비,『반란의 도시』,
에이도스 pp.233-234) pp.280-281
그런데 도시권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꼭 반자본주의 투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
다. 이를테면 일터에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, 주거지에서 일터까지 통근에 걸리는 금
전적·비금전적 비용의 복구를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틀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.
열악한 주거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빈곤층과 젊은 세대의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보장
은 자본주의 국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. 노동력의 원활한 재생산이 그 자본주의
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. 노동력 재생산이라는 개념에 포함되
는 쇼핑이나 여가조차도 점점 더 개인의 시간과 금전비용을 소모하도록 만드는 구조에
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
. (중략) 요컨대 비굴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삶 혹은 먹고사는 것 때문에 생겨나
는 비굴함을 최소화하는 것은 평등주의적 열망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을
통해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.pp.281-282